"시칠리아를 보지 않고 이탈리아를 본 것은 이탈리아를 전혀 본 것이 아니다. 시칠리아가 모든 것에 대한 실마리이기 때문이다" - 괴테
시칠리아는 지중해에서 가장 큰 섬으로 제주도의 14배에 달하며 지리학적으로 유럽과 아프리카 사이에 위치해 있어 예로부터 여러 세계의 인종과 문화가 교류하던 곳이다. 기원전부터 그리스, 카르타고(튀니지 일대의 고대 도시), 로마, 비잔틴, 이슬람 그리고 노르만 순서대로 지배를 받으며 각각의 인종과 문화가 자리 잡고 섞이면서 그 구조가 매우 다양하고 복잡해졌다. 이런 역사를 가진 시칠리아의 와인은 어떤 이야기들을 가지고 있을까?

시칠리아는 여름에는 덥고 건조하며 겨울에는 온화하고 습한 지중해성 기후를 띄고 있고 언덕과 구릉, 화산암으로 이루어진 고지대, 충분한 일조량과 바닷바람 등의 자연 조건으로 좋은 와인을 생산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다. 북부의 팔레르모에서부터 서쪽의 트라파니, 남쪽의 아그리젠토와 비토리아, 섬의 서북부에 위치한 에트나 화산 지역까지 최근 들어 점점 각광받고 있는 와인 생산지들이 있다.
19세기 말에 필록세라가 유럽 전역에 퍼져 포도밭들이 모두 죽어갈 때 시칠리아는 거의 타격을 받지 않았고 그로 인해 와인을 대량 생산하여 수출하면서 시칠리아의 와인 생산량은 이탈리아의 전체 생산량의 1/6을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커지게 되었다. 하지만 와인의 품질은 매우 낮아 와인 생산의 역사만큼 그 인정을 받지 못하였다. 필록세라 이후 1935년에 프랑스의 원산지 통제 명칭 AOC 법이 발효되고 그 한참 뒤 1963년에야 이탈리아에서도 DOC 법이 제정되면서 와인 양조 기술을 발전시키는데 심혈을 기울이기 시작했고 현재는 시칠리아 전역에 1개의 시칠리아 DOCG와 24개의 시칠리아 DOC가 있다.
시칠리아의 대표적인 와인 생산자
- 돈나푸가타 Donnafugata
- 플라네타 Planeta
- 베난티 Benanti
- 테누타 델레 테레 네레 Tenuta delle Terre Nere
- 아치엔다 아그리콜라 코스 Azienda Agricola Cos
- 굴피 Gulfi
주요 와인 생산지 | 생산와인 |
마르살라 Marsala | 주정강화 와인 |
비토리아 Vittoria | 체라수올로 디 비토리아 |
노토 Noto | 주정강화 와인 |
시라쿠사 Siracusa | 레드 와인(네로 다볼라), 화이트 와인, 무스카토 |
에트나산 Mt.Etna | 레드 와인, 화이트 와인 |
파로 Faro | 레드 와인에 주력 |
시칠리아 주요 토착 포도 품종
< 레드 와인 >
- 네로 다볼라 - 시칠리아 대표 품종
- 네렐로 마스칼레제 - 에트나산의 레드 와인 주요 품종으로 피노누아와 네비올로의 중간 정도의 풍미를 지닌 품종
- 네렐로 카푸치오 - 에트나산에서 네렐로 마스칼레제와 블렌딩에 주로 사용되는 품종
- 프라파토 - 가벼운 풍미
- 페리코네 - 풀 바디의 묵직한 와인을 생산하는 품종
< 화이트 와인 >
- 그릴로 - 마르살라의 대표 품종으로 샤르도네 같은 세계적 품종과 블렌딩하여 스파클링 와인을 생산한다.
- 인촐리아 - 시칠리아에서 드라이한 화이트 와인을 생산하는데 최적인 품종. 주로 시칠리아 서부에서 재배되며 마르살라 (화이트) 와인을 생산하는데 사용된다.
- 지비보(무스카토) - 시칠리아의 판텔레리아 섬에서 아랍인이 이 포도를 재배하여 와인을 양조하는데서 시작되었으며 달콤하고 그윽한 뉘앙스의 와인을 생산하는데 사용된다.
- 카타라토 - 가장 많이 재배되는 청포도 품종으로 마르살라의 블렌딩 품종으로 많이 활용된다.
- 카리칸테 - 시칠리아의 고급 청포도 품종으로 산도가 높아 9월 말이나 10월까지 기다렸다가 수확한다. 카타라토, 인촐리아 품종과 블렌딩 되면서도 단일 품종으로도 품질이 뛰어나 장기 숙성용 와인으로 생산되기도 한다.
체라수올로 디 비토리아 (Cerasuolo di Vittoria) DOCG
시칠리아의 토착 품종인 네로 다볼라(Nero D'avola)와 프라파토(Frappato)를 블렌딩 하여 만드는 드라이 레드와인으로 체리와 붉은 베리 풍미를 지니며 빛나는 짙은 루비색을 띤다.
비토리아 지역의 와인에 이목이 집중된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1980년까지만 해도 이 지역은 와인 양조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코스 COS' 와인을 만든 세 젊은이들의 다양한 시도와 노력으로 1990년대 중반부터는 와인의 새로운 붐이 일어났고 체라수올로 디 비토리아 와인 생산자는 40명까지 늘어났으며 2005년에는 DOCG 등급으로 승격되었다.
돈나푸가타 (Donnafugata)
마르살라 와인으로 유명한 랄로 Rallo 가문에 의해 설립된 와이너리로 랄로 가문의 4세대 가브리엘라 안카 랄로 Gabriella Anca Rallo와 남편 자코모 Giacomo가 1983년에 설립했다. 돈나푸가타는 살리나 Salina 섬의 영지 이름인데 랄로 가문이 가져온 와이너리 이름 '돈나푸가타'는 '도망간 여인'이라는 뜻의 지역 신화를 따와서 지은 것이고, 긴 머리를 흩날리는 여인의 모습을 그린 로고와 레이블도 신화 속의 여인을 그린 것이라고 한다.
오스트리아의 여왕 마리아 테레지아의 열세 번째 딸이자 프랑스의 왕 루이 16세의 왕비인 마리 앙투아네트의 친언니인 마리아 카롤리나는 나폴리 왕 페르디난도 1세의 왕비가 되어 나폴리 왕국과 시칠리아 왕국을 다스리게 되는데, 1806년 나폴레옹 군대가 나폴리를 침략하자 시칠리아의 산타 마르게리타 디 벨리체로 도망쳐 살다가 오스트리아로 추방되었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근거로 왕비 마리아 카롤리나를 묘사한 '도망간 여인'이라는 뜻의 '돈나푸가타'라는 지역 신화가 탄생하였다.
- 와인인문학 <배영달> 참고
이 와이너리의 설립자들은 지역 토착품종과 세계적인 품종들로 새로운 시도를 거듭하면서 양조 기술을 발전시키는데 주력했고 높은 품질의 와인을 생산하여 시칠리아 와인을 재탄생시키는데 앞장섰다.
<돈나푸가타의 대표적인 와인>
- '안틸리아 Anthilia' - 카타라토에 다른 포도 품종을 블렌딩 하여 과일향과 허브, 흰 꽃의 풍미가 있는 상쾌하고 신선한 와인
- '안겔리 Angheli' - 메를로와 카베르네 소비뇽을 블렌딩한 부드러운 와인으로 블랙베리, 자두의 풍미와 스파이시한 향을 즐길 수 있는 와인
- '탄크레디 Tancredi' - 네로 다볼라와 카베르네 소비뇽이 블렌딩되어 체리, 블루베리, 담배 향이 있고 균형있는 구조감으로 세련되고 우아한 와인
- '벤 리에 Ben Rye' - 돈나푸가타의 또 다른 와이너리가 있는 판텔레리아 섬은 지비보 포도 나무와 관목으로 둘러싸인 곳인데 이곳에서 생산되는 이탈리아 최고의 스위트 와인

에트나 화산
에트나 화산은 백두산 보다 약 500미터 정도 더 높은 활화산이다. 에트나의 토양은 여러 종류의 화산암, 재, 모래와 같은 분출성 물질이 분해되어 있고 화산암인 현무암으로부터 풍화된 철, 마그네슘, 구리, 인 등의 미네랄 성분이 스며들어 있으므로 포도를 재배하기에 매우 비옥한 땅이다. 에트나의 포도원은 해발 450~1100미터 사이에 위치해 있어 높은 고도의 큰 일교차와 낮동안 빛을 반사시켜 주는 지중해 덕분에 당도가 높은 포도를 재배할 수 있다. 특히 이 지역은 필록세라 이전의 포도나무들이 남아있어 100년이 훨씬 넘은 포도나무로 와인을 생산하고 있는 것이 매우 특징적이다. 이 필록세라 이전의 포도나무들은 에트나 산 북쪽 경사지의 해발 600~1000미터 사이에 자리 잡고 있다.
에트나의 일반적인 와인 '에트나 로소 Etna Rosso' - 네렐로 마스칼레제와 네렐로 카푸치오의 블렌딩 와인으로 피노누아와 네비올로 풍미의 복합성을 가지는 네렐로 마스카레제의 사용에 따라 다양한 뉘앙스를 담을 수 있다.
- 그라치 아르쿠리아 Graci Arcuria 2014 - 브루고뉴 스타일
- 테라 콘스탄티노 Terra Constantino 2014 - 스파이시한 네비올로 스타일
- 베난티 네렐로 마스칼레제 Benanti Nerello Mascalese IGT - 화산 토양을 강조하는 구조감이 뛰어난 와인
- 타스칸테 기아이아 네라 Tascante Ghiaia Nera DOC - 순수하고 섬세함
- 테누타 델레 테레 네레의 칼데라라 소타나 Calderara sottana 2014 - 실크처럼 부드러운 우아함을 가진 최고의 와인
- 코타네라의 콘트라다 디차세테살메 Contrada Diciassettesalme 2015 - 과일향, 매우 좋은 산도, 구조감과 여운이 뛰어난 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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